짱우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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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졌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짱우는 오늘도 2020. 6. 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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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을 유튜브로 보다가 좋은 글이 있어 올린다.

 

극중에 장그래는 자신이 실패했던 기원에 판매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무엇인가 실패하고 떠난 이가 다시 그 현장을 마주하는 건 참 힘든일이다.

자신에게 온갖 상처를 주었던 공간을 아무렇지 않은 척 들어가게 되면, 내 아픔을 내가 무시하는 꼴이 되고, 실패하고 떠났을 때의 표정과 별 다를 바 없는 어색한 모습을 하고 들어가면, 내 아픔을 드러내는 꼴이 된다.

몇 없는 선택지 앞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두 가지 물음이 들었다.

 

첫째,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는 왜 이곳에 불편함을 느끼는 걸까.

둘째, 나는 이 불편한 공간을 왜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걸까. 주변의 상가들만 조금 바뀌었을 뿐, 건물의 구조, 분위기,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변함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두가 익숙하지만 낯선 기분. 반갑지만 거리감 피하고 싶은 이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서글펐다. 특별히 환영받지 못할 공간에 굳이 제 발로 찾아갈 이유가 있었나 싶었고, 그냥 어색했다.

마치 그 때 같았다. 실패를 수습하고 어영부영 떠나던 날. 그렇다. 몇 년이 지났었지만, 나는 실패했던 그 시절에 멈춰 있었다. 내 기억속에서 그 공간이 떠나지 않는 건, 아직도 난 실패자라는 생각 때문이었고, 다시 가보고 싶은 건, 실패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실패자인 이상 그 공간이 계속해서 떠오를테고, 내가 실패자인 이상 그 공간은 계속 불편한 공간이 된다.

 

그 날에서야 마주했다. 내 상처는 꽤나 컸었고, 난 그 상처를 홀대하고 있었다는 걸. 감당이 안 돼서 포기하고 있었고, 그 포기가 감당이 안 돼서 무너지고 있었다는 걸. 그럼에도 마주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장그래도 일단 마주했다.

자기 모습을 의식적으로 발견한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자신이 실패했던 사람이지, 실패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즈음은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도 이번 상반기 취준에 실패했다. '재수'를 하며 높은 대학 합격 실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학 시절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나 스스로가 실패했던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하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취준을 통해 다시 한번 실패가 찾아왔다. 절망적이었다. 실패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익숙하지 않았나보다그 상처를 비집고 송곳처럼 찌르고 다가왔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건 나의 노력과 실패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실패를 겪었던 사람이지. 계속 실패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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